프로가 아니라면 보통 미디 구성은 모듈+마스터키보드+컴퓨터+스피커 정도일 것이다. 디피에 모듈을 붙여서 미디 구성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 같지만, 디피가 주용도이고 미디는 부가적인 추가 요소로 생각한다면, 그것도 나름대로 괜찮을 것 같아서 마스터키보드나 신디사이저가 아닌 디지털피아노를 알아보았었다. 어느 판매점이 괜찮은지는 인터넷을 통해 어느 정도 알아볼 수 있겠지만 악기 자체는 직접 가서 만져보지 않는 이상 결정할 수가 없었다. 일단 명성만 듣고 악기쇼핑을 찾아가보았는데 내 취향에 맞는 악기들이 잘 전시되어 있었고 설명을 너무 친절하고 자세히 해주셔서 이곳으로 정하고, 악기들을 알아보았다. 물론 신디사이저의 유혹이 강하긴 했으나, 들고다니면서 쓸 일도 없고 집에서 피아노연습을 주로 하면서 예전부터 관심있게 해오던 간단한 미디 음악을 하고자 했기 때문에, 디지털 피아노로 결정을 하고 그 중에서도 마스터키보드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모델을 보았다. 어차피 마스터키보드 역할 치고는 엄청 비싸기 때문에 건반 터치 및 디자인 등 감성적인 요소와 미디 연결 호환 등 성능적인 측면, 그리고 음원 모듈에서 다소 부족하기 쉬운 피아노 자체의 음색적인 측면에서 고려를 해보았는데, (물론 가격도) 비슷한 동급의 디지털피아노들이 요새는 대부분 미디 지원은 잘 되는것 같았고 디자인도 어느 것이 다른 것보다 특별나게 더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었다. 건반 터치 역시 비슷한 가격대라면 저마다 최신기술을 자랑하고 있었으니.. 피아니스트까지는 아닌 본인으로서는 구별이 힘들었다. 하지만 이 음색과 음질 만큼은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는데, 기본 내장된 음원의 차이인지, 앰프나 스피커 때문인지, 분명히 내 귀에는 가와이 CN-31 이 가장 자연스러운 기본 피아노 음색을 들려주었다. 가장 낮은 건반에서 가장 높은 건반까지 골고루 귀에 착착 감기는 차분한 피아노 소리에 더이상의 고민은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. 지금은 원래 있었던 기기들로 초기에 의도했던 구성을 갖추고 (외장 미디 음원 모듈, 파워북) 가와이 CN-31을 무한한 음색으로 즐기고 있다. 물론 피아노 음색 만큼은 모듈이 아닌 CN-31 을 사용한다. 디지털 피아노로서도 가격을 넘어서는 만족을 주고 있지만 마스터 키보드로도 더이상 바랄게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. 미디의 전 채널을 사용할 수도 있고 페달도 훌륭하게 작동한다. 건반 애프터터치 나 모듈레이션 휠 같은게 없는건 아쉽지만 신디사이저가 아닌 디지털피아노이니까 어쩔 수 없는 기계적인 한계이고, 노트북에 설치한 시퀀서로 디피 내장 녹음 기능의 한계 역시 확장이 되었다. 그래도 역시 가장 많이 쓰고 중요한 기능은 디지털피아노 자체의 피아노 소리와 건반 터치인데, 이 두가지 만으로도 CN-31은 가격 대비 최상의 만족을 주는 악기가 아닐까 한다.